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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itle: 블로그/2014 애플 키노트 시청 소감 | edited by Youngrok Pak at 9 years, 7 months ago.

애플 키노트를 천천히 보는 중. SNS에서 이래저래 내용은 다 봤지만 디테일을 보고 싶었다. 여전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플 스타일의 발표는 여전하고, 커진 아이폰은 아무 감흥이 없지만, 애플페이는 주목할 만하다. 의외로 다들 애플와치만 이야기하고 애플페이 이야기가 없는 건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낮아보여서일까? 하지만, 아이폰 앱스토어에 이미 카드가 등록된 이상, 애플페이가 상륙할 가능성도 낮진 않은 것 같다.

애플페이

물론 애플페이에 들어간 기술 중에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찌라시들은 혁신이 아니라고 하겠지만, 원래 애플의 혁신은 그런 것이다. 애플와치, 아이폰에서 애플다운 혁신이 별로 안 보였지만, 애플페이에는 애플다운 혁신이 들어 있다. 애플페이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"페이팔과 스퀘어를 결합한 사용자 경험을 두 단계 높은 보안수준으로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카드 정보 보유 회사의 결제 서비스" 정도? 그야말로 결제 서비스의 궁극을 제시한 셈이다.

기술적으로는 어려울 게 없으니 경쟁사가 따라하기 쉬울 것 같지만, 의외로 애플페이에는 의외로 많은 장벽이 쳐져 있다. 우선, 아이폰 5S에서 지문 인식을 상당히 높은 퀄리티로 제공하는데 성공하면서 지문을 통한 인증을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을 깔아두었다. 지문 인식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은 여럿 있지만, 아이폰 5S처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진 않다. 불편하니까. 여기서 벌어진 격차는 꽤 좁히기 힘들다.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커버하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다. 페이팔에는 디바이스가 없고, 아마존의 파이어폰이나 킨들 파이어는 아이폰/아이패드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으며, 스퀘어는 온라인 비즈니스 접점이 없다. 아이튠즈 스토어에 등록된 카드가 페이팔이나 아마존을 넘어설 때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 현실로 들이닥친 것이다.

물론 삼성은 드디어 다시 따라할 거리가 하나 생겨서 삼성에겐 어쨋든 청신호다. 삼성도 이미 관련 기술들 다 보유하고 있고, 어설픈 UX로나마 선보인 바 있으니, 애플의 세련된 UX를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는 한 발 나아갈 수 있고, 아마존과 제휴한다면 애플페이 못지 않은 파괴력을 낼 수도 있다.

나 같은 독립개발자들에게도 매우 좋은 신호다. 페이팔보다 조금 더 쉽고 안전한 결제 수단을 단순히 API만 연동하면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. 물론 iOS 한정이지만, 어차피 독립개발자들은 iOS만 타겟팅하는 경우가 많으니 별 상관 없다.

그런데, 사실 더 중요한 것은 POS 시장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. 국내 POS 시장은 카드, VAN사, POS사, 프랜차이즈의 카르텔을 뚫고 들어가기가 몹시 어렵다. 인맥이 닿지 않으면 시장 진입조차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, 그래서 소셜커머스 연동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든 POS들이 여전히 팔리고 있는 것이다. 이런 상황인데, 국내의 몇몇 스퀘어 카피캣들은 새로운 기술이 있으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미약하나마 보여준 바 있다. 그러니, 애플페이를 비롯한 NFC 결제를 지원하는 소형 POS를 출시한다면 적어도 VAN과 POS 쪽은 제낄 수 있게 되므로 프랜차이즈의 입김이 세지 않은 상점들은 스퀘어 카피캣 도입하듯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. 그러면서 소셜커머스, 배달앱 등을 잘 연동시킨다면 POS 시장을 한 번 뒤집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. 물론, 국내 시장에서 애플페이의 위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. 하지만 애플페이가 가져올 변화는 결국 NFC 결제의 활성화이기 때문에 POS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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